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외부의 통제가 아닌 내부의 통제로 살아가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담은 글을 작성해보았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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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빈 페이지가 눈앞에 놓여 있다.
깜빡이는 커서와,
컵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연기만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말해준다.

나는 커서를 응시한다.

그 작은 깜빡임에 나의 호흡이 실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생각은 떠오르는 게 아니라,
끌어올려지는 거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래서 손을 움직인다.

무작정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키보드를 누른다.

낯선 문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 본 문장인데도
기시감이 밀려온다.

전에 쓴 글과 비슷한 걸까?

왜 이렇게도 닮아 있을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은 것일까?

차가워진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다.
혀끝은 익숙한 쓴맛을 알아차리지만,
그 감각은 내 뇌에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한다.
너무 자주 맛본 것이라서일까.

익숙함은 이렇게도 무감각하게 만든다.

나는 손에 들린 컵을 바라본다.
어제도 이 원두로 커피를 내렸고,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정말, 같은 걸까?
시간은 무언가를 바꿨을까?
나는 어제의 나와 같지 않다.
어쩌면, 커피조차도 어제와 다르게 내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같다.
익숙함은 모든 차이를 덮는다.

그 안에서 나는,
변한 나를 감추고 산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달래듯
YouTube를 켠다.

또다른 카페인처럼 나를 잠시 깨우려는 몸부림.
내게 추천되는 영상들—
제목도, 썸네일도 다양하지만
묘하게 똑같아 보인다.

말이 다르고, 얼굴이 다른데
왜 이토록 같은 이야기로 느껴질까.
다양성은 사라지고,
주제는 알고리즘에 맞춰 수렴된다.

문득 생각한다.
내 영상 목록을 파고들면,
내가 모르는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약간은 두렵다.

빅브라더처럼 나를 들여다보는 무언가.
하지만 그 두려움 너머에,
‘나보다 나를 더 아는 존재’가 있다는 가능성은
슬프게도, 조금 위안이 된다.

고개를 돌려, 오늘의 일과를 떠올린다.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처럼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무의미하게 물 한잔을 마신다.
샤워를 하고,
다시 반복되는 루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마치
IF-THEN 구조로 살아가는 명령문 같다.
IF 특정 조건이 주어지면,
THEN 정해진 나의 반응이 실행된다.

그 연속 속에서 나의 몸과 마음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최적화된다.

우리의 뇌는 익숙해지는 데 천재라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고개를 든다.

이 효율성에 부작용은 없을까?
장점만 있는 진실은 없다.
그건 내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배운 진실이었다.

나는 다시 흰 화면을 본다.
손을 움직이면,
무언가가 그 위에 새겨진다.

하지만 아무 것도 치지 않으면,
그저 커서만이 깜빡인다—

마치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삶도 이럴까?
내가 반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자판을 누르고 있는 걸까?

옆에 펼쳐진 신문 위에는
학교, 직장, 결혼, 육아…
사람들이 ‘관심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 주제들 사이에서
나는 왜 이렇게 이질감을 느낄까?

내가 누르는 자판과
저 활자들 사이에
어쩌면, 엄청난 간극이 있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 걸까?”

그 간극을 견디지 못한 나는,
다시,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