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받고 싶은 나를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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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의 생각을 담은 글 공유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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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
내 눈앞에 늘어선 나무들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균일하게 뻗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이 길은,
마치 숨막히는 감옥 같다.
위로 갈 수 있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나의 시선은, 앞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 감옥 같은 길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누군가는 연인과,
누군가는 가족과,
누군가는 동료와
그 자유를 함께 나눈다.
오직 나만이, 그 안에 갇힌 죄수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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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더듬어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는다.
배경화면에 떠 있는, 파란 하늘을 나는 새—
오늘따라 나를 조롱하는 듯하다.
사진첩을 연다.
손가락으로 넘겨지는 오래된 기억들.
시합이 끝난 후 친구들과 찍은 사진,
졸업식 날의 단체사진,
최근 프로젝트를 마친 뒤 팀과 함께한 사진…
나는 모두에서 웃고 있다.
하지만 내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입술과 눈이 고정된 듯, 기계적으로 붙잡힌 표정.
사진 속 나의 눈동자가 말을 건넨다.
“나를 좀 알아줘. 나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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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과 어깨가 점점 스마트폰 쪽으로 기운다.
끽끽거리는 체육관 바닥 위에서,
공이 퉁퉁 튄다.
손을 들며 달려가는 친구들,
그들을 바라보다가 점수판을 확인한다.
2점 차.
3점이면 역전이다.
나는 수비수의 간격을 본다.
몸을 낮추며 돌파하는 척하다가 잽싸게 뒤로 빠진다.
“이것만 넣으면 역전이야.”
아니, 정확히는—
“내가 역전시키겠어.”
팀을 돕는 마음으로 포장한 그 슛엔,
누군가 날 주목해주길 바라는 욕망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림은, 냉정하게 고개를 젓는다.
다행히 팀원이 리바운드를 잡아
아까 손을 들었던 친구에게 패스한다.
깔끔한 슛폼, 아름다운 포물선
슉.
깔끔하게 골망을 찢는 소리.
경기가 끝이 나고.
나의 역할도 거기서 끝이 난다.
나는 기쁜 얼굴로 그를 향해 달려가지만,
마음속 어디선가
발걸음을 잡아끄는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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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날, 친구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다.
우리의 얼굴은 다르고, 신발도 다르지만,
가운과 학사모는 모두 같다.
나는 거울을 확인하며 스마트폰을 힐끔 본다.
그보다 자주 확인하는 건,
손목 위의 시계.
사진이 공유되고,
제일 먼저 내 얼굴을 찾는다.
그리고는 재빨리 눈을 돌린다.
“이게 나라고?”
모두가 잘 나왔다고 말한다.
정작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본 것 같은 기분에
마음속 납덩이가 떨어진다.
쿵.
거울 앞에 선다.
엄지손가락이 셔터를 누르지 못한다.
1초도 안 되는 거리인데,
30년처럼 느껴진다.
결국 누르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휙— 던져버린다.
“외모 같은 건 껍데기야. 진짜 중요한 건 내면이지.”
…그 말은, 정말 내 속마음이었을까?
“나도 잘생기고 싶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굴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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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끝나고, 팀장이 회식을 제안한다.
의외로 모두가 즐겁게 수락한다.
음식 고를 땐, 일할 때보다 더 열정적인 협상이 오간다.
회식 자리에서 팀장은
우리 팀의 ‘에이스’를 특별히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는 손을 저으며
"다 같이 고생했죠"라는 익숙한 대사를 한다.
그 장면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지?”
내 가슴에, 납덩이가 하나 더 얹힌다.
쿵.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안 보이는 자리를 택한다.
팀장은 그를 중앙으로 이끈다.
사진이 찍히고,
나는 몸이 좋지 않다며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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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터덜터덜 걷다가,
문득
“소리를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아아악—!!”
가슴 속 답답함이 사라질까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뿐.
내 마음은 그대로였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내가 그렇게 일을 잘하고 싶었나?”
나는 항상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자”는 사람이었다.
승진에도 욕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너무 낯설다.
너무 낯설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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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온다.
겁도 없이 내 앞까지 온다.
몸을 움직여 쫓아내지만,
비둘기는 다시 이쪽으로 다가온다.
마치
자동으로 설정된 경로처럼.
나는 비둘기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다.
“나도 저 비둘기 같지 않을까?”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단어—
“인정”
나는 그 단어를 깊숙이 끌어올린다.
응어리진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그리고,
그 감정 더미 속에서
울고 있는 한 아이가 보인다.
“너는 누구니?”
나는 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그가 바로 어린 시절의 나임을 직감한다.
침묵이 흐르고,
나는 간신히 말한다.
“미안해”
그 아이는 죄수복 같은 옷을 입고,
자신의 발보다 훨씬 큰 족쇄를 차고 있다.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든 걸까?”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비웃는다.
“너 그렇게 대단한 존재 아니야.
이건 그냥, 너의 일부야.”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두근거림은 점점 거세지고,
터질 것 같던 심장의 고동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 평온 속에서,
나는 마침내 인정한다.
“나는… 인정받고 싶었구나.”
그 말을 마치자,
아이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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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들면,
여전히 회색 구름과 균일한 나무들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
그 나무들은 감옥이 아닌 하나의 문처럼 보인다.
나만의 출구, 나만의 방향.
“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나는 바지를 툭툭 털고
천천히, 그러나 가볍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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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Amando님의 댓글
Amando 작성일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다 "나좀 봐줘"핳때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현우sb님의 댓글의 댓글
현우sb 작성일
댓글 감사드려요! 맞아요. 봐달라는 그 마음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내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올리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Amando님의 댓글
Amando 작성일언젠가는 "나 안 봐줘도 되"는 때, 그리고 남의 눈과 평가에서 자유로워 잘때가 있을거예요.

현우sb님의 댓글의 댓글
현우sb 작성일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